연재소설 - 스팀만배 (2)

※이 글은 소설입니다. 99.99%가 뻥이고 뇌피셜입니다.

2. 돈 많이 벌었을때 하고싶었던 작은 꿈들(1)


6시간, 짧다고 생각하면 짧고 길다 하면 긴 퍼스트 클래스에서 누리는 비행이 아무것도 못 누려보고 끝나버렸다. 자리가 너무 편한 나머지 좌석에 앉자마자 골아 떨어져 버렸다. 코를 골았는지 안 골았는지는 모르겠지만, 평소 경험상 무조건 골았을 것이다. 괜스레 주변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6시간 동안 잠만 자버린 게 너무 아쉬웠다. 땅콩이라도 주라고 해볼걸 후회해가 되었지만 .. 뭐 다음에 또 탈 기회가 있겠지 난 부자니깐

내가 누린 유일한 1등석의 좋은 점은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거였다. 비행기가 공항에 착륙하고 게이트가 연결되자마자 바로 비행기를 빠져나왔다. 1등석이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스튜어디스 누나들이 더 환한 미소로 인사를 해준 기분이 들었다. 캐리어를 찾는 것도 아주 빨랐다. 컨테이너 벨트를 보면서 무의미하게 30~40분씩 보낼 필요도 없이 짐을 찾아 여수로 가기 위해 발길을 서둘렀다.

습관처럼 고속버스를 타고 여수를 갈려고 하던 나는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돈도 많은데 내가 왜 불편한 버스를 4시간씩 타고 가야 되지? 역시 습관은 무서운 거였다. 여수까지 비행기를 타고 갈려고 알아봤다.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지만.. 인천공항은 오로지 국제선만 운영 중이었다. 뭐 대구나 제주도 가는 건 운영한다는데 알게 뭐라 여수를 안 가는데! 얼른 인천공항에서 여수로 가는 국내선도 운영해주면 좋겠다. 내가 한번 해볼까 했지만 스팀 다 팔고 나오는 450억으로 턱도 없을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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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가능해도 이런데 돈 쓰는 건 아까우니 그냥 김포공항으로 가기 위해 대기 중인 고급택시를 탔다. 그전까지는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돈이 많으니 .. 오늘은 사치 좀 부려보는 거지. 여수까지 택시를 타고 가는 것도 생각해봤지만 그냥 평소 해보고 싶었던 비행기를 타고 가기로 했다. 4시간이 걸린 거리를 한 시간 만에 여수에 도착하였다.

다시 택시를 타고 시골에 있는 정겹고 부모님이 계신 시골집에 도착하였다. 캐리어를 끌고 대문을 열고 들어가자 부모님께서는 집 옆에 있는 밭에서 일을 하고 계셨다. 캐리어를 내평겨 쳐놓고 밭으로 달려가 부모님께 큰절을 올렸다.

"아부지, 어무니! 큰아들이 부자가 되어서 돌아왔습니다."
"낮부터 술 마셨냐? 무슨 미친 소리냐? 공부하라고 올려보냈더니 왜 내려온 거야?"

아... 이럴 줄 알았으면 오기 전에 양복이라도 맞춰서 입고 올걸.. 지금 내 행색을 보니 내가 봐도 못 믿게 생겼다. 태국에서 편하게 입으려고 가져갔던 무릎 늘어난 운동복에 펑퍼짐한 티셔츠.. 믿음을 주기에는 힘든 복장이었다. 아들이 이상해졌나, 사기라도 당했나 걱정해하는 부모님을 모시고 집으로 들어가서 그간 이야기를 해줬다. 하지만 코인에 대해서 하나도 모르시는 부모님은 다단계라도 하는지 알았기에 그냥 주식투자로 많은 돈을 벌었다고 얼버무렸다. 겨우 믿음을 주고 앞으로의 일에 대해서 이야기하다가 여행이야기가 나왔다.

"어무니, 우리 제주도 다시 가볼까요?"

제주도.. 4년 전 내가 전역할 때 모아논 돈으로 가족여행을 갔었다. 조금이라도 돈을 아껴보고자 배편으로 제주도로 갔고 부모님에게는 참 몹쓸 짓을 하였다. 여행을 가서도 아들 지갑 사정을 알고 있는 어머님께서는 최대한 아끼자고 이야기하셨다. 그렇게 타고 싶어 하시던 말도 못 타 보고 즐기고 먹을 거 많은 제주도에서 아주 아끼고 아껴 최소한의 경비를 쓰고 온 궁색한 여행이었었다.

"이번에는 한 일주일 정도 다녀오죠? 가서 말도 타고, 아버지 좋아하시는 낚시도 배 빌려서 멀리 나가보고, 잠도 호텔 같은 좋은 데서 자고 어때요?"
"우리야 좋지만.. 막둥이는 어쩌고? 요즘 바빠서 힘들다던데"

대기업을 다니고 있는 우리 집의 자랑거리인 하나뿐인 동생... 하지만 회사가 부도가 나고 회사가 매각되면서 언제 잘릴지 모르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었다. 해고당하지 않기 위해서 남들보다 열심히 일하면서 더 안전한 직장을 가기 위해서 자기계발에 힘쓰고 있는 우리 동생. 한량 같은 나랑은 아주 다른 놈이었다. 나는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동생아. 지금 바쁘냐?"
"아니 아니 왜? 뭐 필요한 거 있어? 돈 좀 아껴 쓰지"

백수인 형을 위해서 가끔 용돈을 챙겨주던 착한 동생 아니 나에게는 착한 형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반대다 이 자식아!!

"이 형님이 이 자식아. 스팀 알지? 거기서 대박 났다. 무슨 소리인 줄 너는 알겠지?"
"뭐? 스.. 스팀? 형이 그거 가지고 있었다고? 와 .. 얼마나 있었는데?"
"그냥 너 사직서 쓰고 와도 형이 월급 챙겨줄 정도는 있다. 당장 사직서 쓰고 내려와라. 다 같이 제주도로 가족여행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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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서를 내라는 말에 동생은 갈등을 했지만, 하고 싶었던 사업을 지원해준다고 하니깐 바로 넘어왔다. 일주일 정도 후에 모든 정리를 마치고 여수로 동생이 내려왔고 우리는 비행기 표 만 예약해서 바로 제주도로 출발했다. 계획 같은 건 없었다. 아주 비효율적인 여행이었지만 가서 즐기고 싶은 데로 즐겼고, 호화로운 여행을 하였다. 어머님의 작은 소망이었던 말도 타봤고, 아버님과 함께 질리도록 낚시도 같이 하였고, 제주도에서 맛있다는 맛 집은 모두 돌아다니며 즐거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다음에는 해외로 여행을 가자고 약속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여수로 돌아온 우리 가족은 내가 자리 잡으면 찍자던 가족사진을.. 한 번도 찍어본 적 없었던 가족사진을 이제서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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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편에 계속

스팀만배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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