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28] 어바웃 타임, 로맨스를 가장한 드라마

많은 사람들이 "아 다시 그 순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 속에는 깊은 아쉬움이 느껴지는데 인간이라면 모두 겪었을 것이다. 사실 그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그것을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가질 수 없는 것 혹은 가질 수 있었던 것에 대한 욕망은 굉장히 안타까운 것이다. 진행된 사건과 삶 속에서, 가장 이상적으로 행동했을 경우의 "나"는 너무나 매력적이다. 과거를 바꾸는 생각은 거듭할수록 희미해지기도 혹은 더 심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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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비오는 날의 결혼식>

어바웃 타임에서 주인공은 과거의 여러 가지 일들을 다시 선택할 수 있다. 마치 게임처럼 세이브한 지점으로 다시 돌아가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면.. 너무나 뻔하지만 너무나 재밌을 것 같은 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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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워 보이는 커플>

그렇다면 사람들은 "현재"를 어떻게 살아가야할까?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짜고 가장 이상적인 혹은 가장 매력적이고 실행하고 싶은 시나리오대로 살아야할까? 물론 그렇게 해서 인생이 쑥쑥 풀린다면 정말 좋은 일이겠지만 인생은 그렇지 않고 아쉬움은 항상 남는다. 어쩌면 그런 아쉬움이 삶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 것 아닐까 생각해보기도 한다. 우리는 항상 실수하기 때문에 그때 그 순간을 곱씹을 필요가 있는 것이다. 만약 항상 완벽한 순간을 살아간다면 우리의 기억은 항상 완벽한 행동을 취한 것밖에 없을 것이다. 과거는 완벽했고 그로 인해 현재도 완벽하기 때문에 추억을 곱씹어도 아무런 그리움도 미련도 느끼지 않을 것이다. 애당초 과거가 완벽하기 때문에 과거를 기억하려고 하지도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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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바꾸러 출발~!>

이 영화를 보고난 후 든 생각인데, 바꾸고 싶은 과거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과거에 집착하고 있다는 뜻이다. 많은 사람들처럼 나도 어떤 기억은 정말 기뻤지만 어떤 기억은 정말 바꾸고 싶다. "왜 그 때 말을 그렇게 했을까? 더 시간을 가지고 생각해봤어야 했는데", "더 공부를 열심히 할 걸“ 따위의 생각들이 너무 많아지면 과거에 대한 집착이 커져 현재의 삶은 처량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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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아버지... 둘은 해리포터에서 같이 출연한 적 있다>

영화는 "인생은 이렇게 사는 거야 짜샤"라는 말을 굉장히 멋지게, 이쁘게 보여준다. 담담한 목소리의 나레이션은 내용과 잘 어울려 더 와닿았다. 특히 영국 악센트가 나레이션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 것 같다. 영국인들도 이런 점을 알고 있는 것 같다. 영국 영화 특유의 분위기가 어바웃 타임에서도 물씬 느껴지는데 그 분위기는 "캐쉬백"에서 느꼈던 것과 비슷하다. 영국의 풍경과 담담한 어투... 주인공들은 마치 제3자처럼 자신을 묘사한다.

이런 류의 나레이션은 일본 영화에서도 제법 많이 봐온 것 같다. 같은 섬나라라 그런가? 다만 영국영화는 일반적으로 개인의 삶과 밀접한 이야기를 하는데 일본 영화는 비교적 무거운 주제인 운명, 인간의 존재에 관한 고찰 등 에 관심을 두는 편이다(중2병 걸린 애니메들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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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격의 포옹 ㅠㅠ>

자신의 삶에 있어서 고치고 싶은 점이 없는 사람들은 이 영화가 재미없을 것 같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삶의 오점을 고치고 싶어할 것이다. 고치고 싶은 것이 많을수록 더 깊은 감정이입을 할 것이다. 과거에 집착해 자신의 인생을 다시 한 번 고치고 싶은 사람들에게 강력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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