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달러 위조지폐 사용 혐의로 체포된 후 백인 경관의 과잉 진압에 숨진 미국 흑
인 조지 플로이드의 동생 필로니스 씨가 10일 하원 법사위에 출석했다. 그는 “20
달러가 흑인 남성의 앗아갈 만한 일이냐. 지금은 2020년”이라고 규탄하며 경찰
개혁을 촉구했다.
필로니스 씨는 이날 “형이 백인 경관에게 목을 눌린 8분 46초가 8시간 46분 같았
다. 형은 그 와중에도 자신의 목을 누른 경찰에게 ‘존칭(sir)’을 썼다. 동물에게도
그럴 순 없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어 “제발 우리 가족의 외침, 전 세계 거리에서
울리는 외침에 귀를 귀울여달라”고 호소했다.
인종차별 항의 시위대를 줄곧 ‘좌파’로 규정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9세기 남북전쟁 당시 남부연합군 장군의 이름을 붙여 논란에 휩싸인 노스캐롤
라이나주의 포트브래그, 텍사스주의 포트후드 등 10개 군사기지의 명칭을 고수
할 뜻을 밝혔다. 플로이드 사건을 계기로 국방부가 변경을 고려하겠다고 밝혔
음에도 제동을 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트위터에 “행정부는 전설적인 군
사시설의 이름 변경을 검토조차 하지 않을 것”이라며 “위대한 미국의 유산, 승
리, 자유의 역사”라고 주장했다.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이 트윗을 읽
는 것으로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대통령과 달리 미국 내에서는 남부연합과 인종차별을 상징하는 기념물의 훼손
및 철거가 잇따르고 있다. 9일밤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는 15세기 아메리카
대륙으 발견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동상의 머리 부분이 파손됐다. 마티 월시
시장은 1979년 세워진 이 동상을 철거할지, 아니면 복구할 지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의 콜럼버스 동상도 훼손됐다. 아메리카 인디언 원주민 인
권을 옹호하는 시위대는 리치먼드 도심에서 인종차별 항의 집회를 연 후 동상을
끌어내려 인근 호수에 던졌다. 이들은 ‘콜럼버스는 학살자’ ‘이 땅은 원주민 소
유’란 손팻말을 들었다.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을 기념하는 국경일 ‘콜럼버스
날’(10월 둘째 월요일)를 ‘원주민의 날’로 바꾸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