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형 트레이더 비긴즈 (3) 나의 와일드 웨스트, 라이트코인

1200만원 정도 되는 돈을 하루에 날린 뒤 한동안 밥맛이 없었다. 역시 투자는 안되는건가 싶기도 하고 앞으로 뭘 해먹고 사나 고민도 해봤다. 무엇보다 그날밤 생각이 자꾸 났다. 가끔 비트코인 차트는 확인하지만 어차피 얼마 남지않은 비트코인도 중국 거래소에서 출금이 되지 않아 별 도리가 없었다. 3월에도 비트코인 1개로 매매하다가 마진콜을 당했다. 비트코인 ETF 승인될 가능성이 낮아보여서 숏을 들어갔는데 마치 승인이 될 것처럼 20% 이상 상승했던 날이다.

어쨌든 매매와는 당분간 담 쌓고 지내다가 같은 okcoin.com(okex의 전신)에 있던 라이트코인 선물에 눈이 갔다. 당시 6~9달러를 오가고 있을 때 비트코인 1개 어치를 바꾸니 120개 정도 되었던 거 같다. 딱히 참고할만한 해외 거래소도 없고 아직 라이트코인의 중국 거래 비중이 높을 때라 후오비(Huobi)와 OKcoin.cn을 같이 보며 거래를 했다.

비트코인 선물하던 감각으로 거래를 하는데 처음 며칠은 손실이 났다. 잠시 비트코인 선물을 거래해보았지만 그 트라우마가 가시지 않아 다시 라이트코인 선물로 돌아왔다. 트레이딩 경험이 많지 않아 내것이 안 통하자 당황스러웠던 것 같다. 구장이 바뀌었으니 내 매매법도 새로워져야했던 것이다.

2017년 4월초 당시 라이트코인은 역사적인(?) 10달러 돌파를 앞두고 잠시 8달러대로 주저앉은 상태였다. 별다른 지식없이 10달러라는 심리적 저항선은 쉽게 돌파할 것이라 보고 주로 롱을 잡았다. 10달러 돌파 후 5월에는 30달러 턱밑까지 상승 후에 비트코인 하드포크 우려가 커져가던 6월에는 비트코인의 대안으로 주목받아 50달러를 넘기도 했다. 물론 이때 현물은 여전히 40달러 언저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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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4월 라이트코인 선물 Quater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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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여름 라이트코인 선물 Quaterly>

라이트코인의 무서운 상승세로 인해 코인 중 거래량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3~6월 알트의 봄이 끝난 7월에도 그 상승세는 지속되었다. 주로 롱을 취했던 나로서도 당연히 수익이 많았던 시기였다. 그 무렵 나는 시작할 때 100LTC(1~1.6btc)였던 시드 머니를 300~800LTC까지 운용하기도 했다. 큰 조정이 온다싶으면 겁없이 물을 타고 기다렸다. 라이트코인 선물 상한 레버리지였던 10배를 쓰면 3000개에서 많게는 8000개 가까이 들고 있을 때도 있었다. 롱 평단가 10%만 내려가도 80LTC 손실로 뜨는데 30% 내려가서 250개 넘는 손실을 기록 중일 때도 손절않고 버텼던 기억이 난다.

이때까지만 해도 라이트코인의 추세는 살아있었기 때문에 조금 크다싶은 하락에도 버티다보면 금세 평단가를 넘어 수익 구간을 주었다. 100% 수익률을 기록한 것만 서너번쯤 된다. 라이트코인의 관련된 글들을 읽고, 단톡방에서 라코 신도들과 대화하고, 찰리리의 글과 인터뷰를 보면서 나 또한 자연스레 초낙관론자가 되었다. 그렇게 수퍼불리쉬한 태도로 임한 트레이딩과 라이트코인의 상승기가 맞물려 2017년에 번 돈 70%가 이 시기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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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이런 매매 방식을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로 지금 그때와 똑같이 하라고 하면 절대로 할 수 없을 무모한 매매라고 생각한다. 결국 그런 태도가 7월 마지막주에는 -400LTC라는 성적을 안겨주었다. 그간의 수익이 더 많아서 다행이지만 이렇게 큰 손실을 겪고 나서야 항상 나는 깨달았다. '천번은 깨져봐야 트레이더가 된다.'

43년을 풀타임 상품 트레이더로 활약한 피터 브랜트는 이런 말을 한다.

An opinion is not a position and a position is not necessarily an opinion.

의견이 반드시 포지션일 필요는 없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트레이더가 아닌 투자자로서, 내 바스켓에 라이트코인의 비중은 작지않다. 그러나 트레이더라면 그러한 신념이 작용할 여지를 가급적 주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서 트레이더와 투자자, 둘 다 성공하기 어렵다는 말이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또한 그런 이유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욱 제3자적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 비트코인 선물로 돌아왔다. 이제 라이트코인 선물은 참고용으로 살펴볼 뿐이고 11~12월 상승장에서 잠시 서브로 거래했을 뿐 거의 거래를 하지 않고 있다. 물론 유동성이 충분하지 않은 탓도 크다.

코인판도 기관 투자자가 많이 들어오고 '기계'가 많아지면 나같은 사람 트레이더는 불리해질지도 모른다. 그래도 주식보다는 낫다고 항상 생각한다. 최근에도 우리나라 당국의 규제를 앞두고 미리 암호화폐를 처분한 금감원 직원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주식에 비하면 세발의 피다. 세계 각국에 거래소가 있고 시카고에 선물 상품까지 생긴 터라 누군가 내부 정보가 있다해도 비교적 대처할 시간과 단서를 많이 주는 편이라 생각한다. 이걸 평생 할 수 있을지는 감히 장담하지 못해도 아직 이곳은 와일드 웨스트다. 나의 다음 와일드 웨스트는 어디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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