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동안 상품 트레이더로서 성공적으로 살아남은 피터 브랜트는 자신을 투기자라고 소개한다. 투자자는 투자하려는 대상의 가치를 보고 접근한다면 투기자는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리고 매매하는 사람이다. 피터 브랜트는 자기 자신이 차트쟁이일 뿐 그것이 드러내는 바에 따라서 포지션을 잡는 행위들이 투자와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나는 포지션 보유 시간이 주로 5~30분 사이고 길어야 2시간을 넘지 않는다. 물론 장기 투자 계정도 있기 때문에 투자자도 되지만 본업은 투기꾼이라 부르는 게 적합하다. 피터 브랜트의 책을 읽고 차트 패턴을 15분봉에 적용해보았는데 들어맞지 않을 때가 많았다. 내가 해당 차트 패턴을 숙지하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고 타임프레임이 잘못 되었을 수도 있다. 알고 보니 차트의 타임 프레임이 짧을수록 거짓이거나 실패할 확률이 크다고 한다. 또한 사선형 패턴은 선을 잘못 그어도 문제가 된다. 호가 물량이 두텁지 않은 크립토시장 특성상 위아랫꼬리가 길게 달린 경우가 많은데 차티스트들이 사선을 그을 때 그 꼭지를 잇기 때문에 각도가 약간만 과장되어도 지지선/저항선을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더 나은 트레이더가 되기 위해서 1월엔 이렇게 차트 패턴을 공부하며 새로운 매매법을 실험해보았다. 성적은 그리 좋지 않았다. 내 눈에는 포지션을 잡은 채로 지나간 한두 시간 동안 돈을 벌 곳이 세 군데는 보였는데 아무 매매도 하지 않았으니 몸이 먼저 달았다. 그러다 새로운 매매법에 의거한 매매가 신통치 않고 놓친 매매에 대한 아쉬운 마음도 들어 다시 옛날 습관으로 공격적으로 매매하다 손실을 거듭하는 식으로 1월을 마무리했다. 야구 선수로 치면 타격폼 변화를 꾀한 셈인데, 아무튼 1월은 내가 잘하는 게 뭔지 다시 알게 된 달이다.
나는 먼저 책을 읽고 매매를 한 것이 아니라 당장 야전에 뛰어들어 호가창을 보며 매매를 시작했었다. 그래서 뒤늦게 책을 보며 차트 패턴과 이론을 공부하며 내가 몸으로 익힌 것들을 점검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장기 추세를 보는 데 참고할 수는 있겠지만 변동성이 크고 템포가 빠른 크립토 시장에서 한 포지션으로 그 많은 변화를 보고 있는 게 아직 잘 맞지는 않다. 나중에 시장이 더 커지고 안정이 되어서야 다시 변화를 시도할 수는 있겠다.
공부를 하면서 나는 돌파형인가, 지지저항형인가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거친 상승장이었던 2017년, 나는 주로 롱을 잡았고 대부분 돌파하는 찰나에 포지션을 들어갔다. 그래도 승률이 더 좋은 것은 매우 뚜렷한 급상승장에서 5분평선, 15분평선, 30분평선, 1시간평선 지지 매매였다. 특히 내 템포로 하면 5분평선, 15분평선 매매가 제격이다. 30분봉 한두 개가 더 생기길 기다리기엔 반대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는 변화가 생길만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만약 5분평선, 15평선이 모호하면 기다렸다가 30분평선 지지 여부를 체크한 뒤에 진입한다. 이런 매매는 모두 지지저항형 매매이다.
제도권 선물 거래소 외에 기존 비트코인 선물 거래소는 OKEX와 BitMEX가 있다. 지지저항형 매매를 할 경우에는 비트멕스가 유리하다. Maker/Taker 수수료가 각각 -0.025/0.075%이기 때문에 지정가 주문을 미리 내놓는 식으로 거래를 하면 수수료 손해가 없다. 반면 오케익스는 수수료가 0.015%로 Maker와 Taker 모두 동일하기 때문에 돌파 시점에 지정가 주문이 힘들 때 이용한다. 그래서 요즘은 주로 BitMEX를 쓰고 부로 Okex를 쓴다.
게다가 비트멕스는 당일 실현손익이 표시된다. 매일 (-) 없는 일지를 원한다. 현실적으로 그것은 방 안에 24시간 내내 먼지가 없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 그렇다고 청소를 하지 않을 것인가? 매일 먼지를 쓸고 닦는 것이 수익을 내는 트레이더의 기본 일과이다. 그리고 그것이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본다면 자기 마음을 늘 쓸고 닦는 것과 같다.
데이터를 정리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현재까지 정리한 바로는 세 번 중 두 번은 롱/숏 위아래 0.6% 이상의 움직임을 맞힌다. 위아래 손절폭을 같게 하고 하루 3번 매매 중 2번 먹고 1번을 손절한다고 했을 때 평균 0.025~0.3btc이다. 이런 식으로 월에 얼마, 연(年)에 얼마 계산하는 단계는 지났다. (아래의 피터 브랜트 옹의 일침 때문에) 현재 수익 목표는 따로 없고 루틴을 지키는 데만 온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기술을 더 갈고 닦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