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의 사람은 고독하다.

예수님은 고독하셨다. 그가 이 땅에 계셨을 때 수많은 사람들이 그를 에워싸며 추종하였지만, 그가 십자가에 죽어야 한다고 발표했을 때 사랑했던 제자중의 한 명은 격렬하게 대들었고, 다른 한명은 돈을 받고 스승의 목숨을 팔았다. 다른 제자들도 황망하게 떠나는 것을 속절없이 지켜보아야 했다. 예수님은 거주할 집도 없었고 사랑하던 가족들의 곁을 떠나 적막한 광야에서 이슬을 맞으며 잠을 청하셨다. 세례요한은 평생 광야에서 고독하게 살다가 감옥에 갇혀서 순교자의 길을 걸어갔다. 12사도들도 예수님의 부름을 받자마자 고향과 가족을 떠나 예수님과 함께 고독한 광야를 떠돌다가, 평생 도망자가 되어 살다가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그들은 자신의 삶이란 없었다. 오직 하나님의 일을 하면서 고독하게 살다가 그렇게 총총히 이 땅을 떠나갔다.

모든 크리스천이라면 예외 없이 성령의 사람을 소원하지만 고독한 삶을 선택하지 않는다. 그들은 늘 자신들이 좋아하는 사람들을 곁에 두고 있다. 가정에는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직장에 가면 친한 직장동료 있으며, 퇴근을 하면 입 속에 혀 같이 구는 친구가 만나자고 부른다. 그리고 교회에 오면 가까운 교우들이 넘쳐난다. 그래서 인생이 즐겁고 재미있다. 물론 먹고 사는 게 고단하고 팍팍하지만, 그래도 주변에 사랑하는 이들이 있어서 외롭지 않다. 그래서 사랑하는 배우자와 자녀 그리고 부모가 원하는 사람으로 남아 있기를 바라며, 친구와 직장동료 그리고 교회친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무진 애를 쓰고 있다. 사랑하는 이들이 자신의 곁을 떠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떠나매 예수께서 무리에게 요한에 대하여 말씀하시되 너희가 무엇을 보려고 광야에 나갔더냐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냐 그러면 너희가 무엇을 보려고 나갔더냐 부드러운 옷 입은 사람이냐 부드러운 옷을 입은 사람들은 왕궁에 있느니라(마11:7,8)

당신은 무엇 때문에 교회에 나왔는가? 예수를 믿고 구원을 받기 위함일 것이다. 그러나 교회에 와서조차 하나님을 만나려 하지 않고 하나님의 뜻을 행하는 것에 관심이 없다면, 왜 교회에 나온 것인가? 친구가 필요하다면 세상에서 찾으면 될 것이고, 사랑하는 사람을 곁에 두고 싶어 한다면 가족들을 살뜰하게 돌보면 된다. 세상에도 당신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널려 있지 않은가? 학창시절부터 붙어 다니는 친구와 직장에서고 궁합이 잘 맞는 친구들이 언제나 당신 곁을 지켜줄 것이다. 그들의 사랑과 우정이 그립다면, 굳이 교회까지 올 필요가 없지 않은가? 하나님은 스스로 질투의 하나님이라고 공표하셨으며, 자신보다 더 사랑하는 것은 죄다 우상이라고 선포하셨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부정하고 하나님의 뜻을 위해서는 목숨까지 철저히 바쳐야 한다고 명령하셨다. 하나님의 뜻에 걸림돌이 된다면, 가족과 친구, 직장이나 재산도 지푸라기처럼 버려야 할 것을 주문하셨다. 그리고 하나님을 만나서 교제하는 일에 삶의 최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고 잘라 말씀하셨다. 그러나 당신은 그럴 생각이 없다. 하나님도 섬기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고 싶지 않고 아끼던 것들을 손에서 놓고 싶지 않는다. 말하자면 하나님을 곁에 두기 위해서, 자신의 주변을 죄다 정리하고 잘라내고 고독한 삶을 선택하지 않는다.

무리가 예수를 둘러앉았다가 여짜오되 보소서 당신의 어머니와 동생들과 누이들이 밖에서 찾나이다 대답하시되 누가 내 어머니이며 동생들이냐 하시고 둘러앉은 자들을 보시며 이르시되 내 어머니와 내 동생들을 보라 누구든지 하나님의 뜻대로 행하는 자가 내 형제요 자매요 어머니이니라(막3:32~35)

내가 세상에 화평을 주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말라 화평이 아니요 검을 주러 왔노라 내가 온 것은 사람이 그 아버지와, 딸이 어머니와, 며느리가 시어머니와 불화하게 하려 함이니 사람의 원수가 자기 집안 식구리라 아버지나 어머니를 나보다 더 사랑하는 자는 내게 합당하지 아니하고 아들이나 딸을 나보다 더 사랑하는 자도 내게 합당하지 아니하며 또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지 않는 자도 내게 합당하지 아니하니라 자기 목숨을 얻는 자는 잃을 것이요 나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잃는 자는 얻으리라(마10:34~39)

아시다시피, 필자는 성령이 내주하는 훈련을 하는 자리에 있다. 수많은 이들이 성령의 사람이 되기를 결심하고 필자에게 와서 가르침을 요청했으며, 적지 않은 이들이 자신의 교회를 떠나 영성학교 공동체 식구로 남았다. 그렇게 5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수많은 기적과 이적으로 귀신이 쫓겨나고 정신질환과 고질병이 치유되며 가정이 회복되고 삶의 지난한 문제가 해결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성령의 사람이라고 인정할 수 있는 사람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그 이유는 하나님을 위해서 뼛속까지 시리는 고독한 삶을 선택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노력하고 애쓰며,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영역에만 순종하고 있다. 그러나 하나님이 요구하시는 것은 그 정도의 수준이 아니다. 목숨과 삶을 내어놓고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라는 것이다. 그 길을 가지 위해, 직장동료와 친구는 물론 사랑하는 배우자와 자녀 그리고 부모까지도 걸림돌이 되면 눈물을 흘리며 작별하여야 하고, 소중한 재산과 직장, 직업이나 자격증이 방해가 된다면 가차 없이 잘라버려야 한다. 그 모습이 성경에서 말하는 성령의 사람이 걸어간 길이다. 그러나 그 길이 얼마나 고독한지 경험한 사람만이 알 수 있다. 대부분의 크리스천들은 처음부터 그 길을 선택할 생각이 없으며, 하나님께 인생을 바치겠다고 결심한 사람들도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고 있다. 물론 여전히 자신들은 하나님께 모든 것을 바쳤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말이다. 그러나 성령의 증거나 변화, 능력과 열매가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하다면,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이대로 성령의 능력이 없이 살다가 지옥의 불길에 던져지든가, 아니면 눈물을 머금고 자신이 사랑하는 것들과 작별을 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필자가 가정과 직장을 버리고 재산을 죄다 바치라는 게 아니다. 하나님의 뜻과 그분을 만나는 일에 방해가 되는, 자신이 그동안 사랑하는 모든 것들로부터 떠날 것을 굳게 결심하고 지체 없이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게 고독한 길을 선택하는 것이다. 뼛속까지 고독한 사람만이 비로소 하나님의 사랑을 독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크리스천 영성학교, 쉰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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