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하던 20대 후반에 성당을 한 2년 정말 열심히 다녔습니다. 무언가 마음 둘 곳이 필요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면서 세례도 받고 신부님과 수녀님에게 삶의 고민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미사에 참여하지도 성당에 찾아가지도 않는 냉담자가 되어버렸죠. 그래도 그 어렵던 시기를 버틸 수 있게 해준 곳이었기에 성당이라고 하면 무언가 편안한 느낌을 받습니다. 간만에 찾은 성당에서 조용히 각자의 기도를 드리고 있는 그 느낌이 좋아 사진을 찍어봤습니다. (찍다가 셔터 소리가 너무 커서 혹 기도하고 있는 분들에게 방해가 되는 게 아닐까 싶어 어서 카메라를 내려버렸네요.) 다들 무슨 기도를 드리는 걸까요? 조용히 나도 기도를 해볼까 하다가 나를 위한 기도가 될 거 같고 그동안 냉담했던 나 스스로가 부끄러워 그냥 나왔습니다.
오늘은 첫째가 갑상선 호르몬 약을 끊고 두번째 진료를 받는 날이었습니다. 반일 연가를 쓰고 아침에 온 가족이 병원으로 나섰습니다. 오늘은 유달리 핏줄이 보이지 않아 한시간 정도 사투 끝에 채혈에 성공하여 혈액검사를 했습니다. 몇번의 실패 덕에 첫째 손에 바늘자국들과 피멍이 생겼네요. 마음이 아픕니다. 진료실에 들어서면 기도하는 마음이 되더군요. 부디 첫째에게 이상이 발견되지 않아 이젠 약을 안 먹어도 되길! 기도 덕인지 진료 결과는 정말 좋다고 나왔습니다. 6주 뒤에 한번 그리고 6개월 뒤에 한번 더 확인해 보고 완전히 결정날 것이라고 하네요. 원래는 몇 번의 검사가 더 있어야 하지만 오늘 갑상선 호르몬 수치가 너무 좋아서 그 정도만 해봐도 되겠다고 하더군요. 정말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첫째에게도 아내에게도 의사선생님에게도 그리고 기도를 들어준 그 누구에게도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채혈을 하고 아침도 못 먹고 나와서 병원 내에 있는 던킨에 가서 도넛을 사줬습니다. 하나만 고르라고 했는데 욕심이 나선지 3개씩 고르네요. 채혈하며 고생했다 싶어 그냥 3개씩 사줬더니 아주 신이 났습니다.
비지에서 올리니 사진이 제멋대로 회전되어 올라가네요. 떱. 그래도 볼만하다 싶어 그냥 올리기로 합니다. (보기 불편하시면 죄송해요.)
아무튼 첫째 상태를 염려해 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첫째가 건강한 거 같아요.^^
병원에서 진료를 기다리며 기도 비스무리한 걸 하며 든 생각이 키에르케고르 였는데요. 성당이 아닌, 성직자가 진행하지 않음에도 신에게 기도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에서의 '신 앞에 건 단독자' 개념이랑 결국 불안하기에 기도를 하게 되는데 이 불안이란 게 자유로운 존재로의 실증이라고 하던 그의 생각이 말이지요.
불안은 '신 앞에 선 단독자'가 필연적으로 가지게 되는 괴로운 감정이지만, 그러나 이는 동시에 스스로가 '자율적 존재자'임을 알려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불안하다는 것은 내가 어떤 운명에도 속박되어 있지 않기에 나의 의지대로 삶을 엮어갈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키르케고르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 생의 본질적 정서인 불안은 곧 '자유에의 현기증'이라고
출처
참 별 생각을 다 하는 거 같단 생각이 듭니다. 언젠가 한번 읽어보려던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는 키에르케고르의 작품을 한번 찾아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