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매일 커피 로스팅 관련 글만 올렸느데 오늘은 추출에 관한 글을 써볼까 합니다.
커피의 맛을 결정짓는 다양한 요소들이 있는데 그 요소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생두 재배 및 수확방법, 생두보관, 로스팅, 원두추출
이 과정들을 거쳐서 우리 손에까지 한 잔의 커피가 오게되는데 여기 언급되는 각 요소들이 변화되면 커피의 맛이 변화하게 됩니다. 추출 또한 그런 변화를 줄 수 있는 여지가 많은 단계입니다. 예를 들어 품종이 쓰고 구수한 버터느낌의 맛이 좋은 생두를 그 특성에 맞게 로스팅하였지만 추출을 조절함에 따라 그 특성을 줄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강하고 밝은 산미있는 원두를 추출조절을 통해 산미를 둔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커피의 기본적인 밝은 느낌의 맛과 어두운 느낌의 맛을 어느정도 컨트롤할 수 있는것이죠.
푸어오버 추출법은 가정에서 가장 간편하게 커피를 추출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약간의 관심과 조절로 로스터가 원하는 커피의 느낌을 쉽게 표현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핸드드립과는 조금 차이를 두는데 핸드드립은 천천히 유량을 조절해서 정성껏 뜨거운 물을 내리는 것과는 달리 푸어오버는 드리버 가득히 물을 부어넣고 기다리는 방법을 택합니다. 핸드드립의 경우 추출자의 개성과 기술에 따라 다양하게 맛을 컨트롤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반대로 자칫 잘못하면 커피의 맛과 농도조절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반면 푸어오버는 추출시간, 그라인딩, 추출량 등을 어느 정도 비슷하게 맞추면 처음 커피를 접하는 분들도 좋은 맛을 뽑아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두 가지 방법 모두 신경써야 할 부분들이 많습니다. 위 사진을 보시면 다양한 수치들이 제시되어 있는데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coffee
추출에 사용되는 원두의 양입니다. 일관된 맛밸런스를 유지하기 위해선 무게 측정이 꼭 필요합니다. 전문 바리스타들이 제시하는 무게와 온도만 잘 따라해도 근사한 맛밸런스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Brew water
커피가루에 넣는 물의 총량입니다. 총 300ml를 붓고 추출을 하였다라는 뜻입니다. 원두 20g에 물을 300ml를 사용했는데 원두와 물의 비율이 1:15입니다. 보통 까페에서 많이 선호하는 비율이 1:15~17정도입니다. 진한 스타일의 커피를 추구하기 위해 1:10~12를 쓰시는 곳도 많이 있습니다.
Beverage
물을 300ml를 넣었을때 추출되어서 나오는 양입니다. 즉 추출이 완전히 종료되고 우리 손에 쥐어질 수 있는 커피의 양을 뜻합니다.
Time
추출에 사용된 총 시간을 뜻합니다. 시간이 굉장히 중요한데 원두입자와 물이 만나는 시간에 따라 따라나오는 맛의 종류가 달라집니다. 기본적으론 신맛-단맛-쓴맛 순서로 추출이 수월합니다. 즉 평균적으로 추출시간을 줄일수록 쓴맛은 적게 신맛을 보다 잘 느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추출시간을 계속 늘려나가면 카페인 추출이 많아지면서 쓴맛 등의 성분들도 많이 추출되게 됩니다.
이 원리를 잘 이용하면 내 입맛에 맞게 커피추출을 하기 편합니다. 신맛이 강한 원두를 가지고 추출시간을 늘리면 신맛이 덜 느껴지게 됩니다.(신맛이 처음에 많이 추출되다가 단맛 추출이 후반부에 많이 이루어지면서 맛의 중화가 이루어집니다. 신 맛이 많이 나는 음식에 설탕, 꿀을 넣으면 신맛이 덜 느껴지듯이 말이죠) 반대로 신맛이 부족한 원두의 신맛을 좀 더 느끼고 쓴맛을 줄이기 위해서 추출시간을 줄이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TDS
Total Dissolved Solid의 약자로 커피 안에 녹아있는 커피고형물을 의미합니다. TDS가 너무 낮으면 커피의 느낌이 적게 나고 너무 높으면 커피맛의 밸런스가 깨지거나 과추출되어 때문에 정확한 맛을 느끼기 어려워집니다. 보통 1~1.6% 정도에 맞추어 추출을 합니다.
ext.
추출수율입니다. 커피가루에서 총 얼마만큼의 성분을 추출했는지에 대한 내용입니다. 추출수율이 지나치게 낮으면 커피맛이 연해지고 정확한 맛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추출수율이 높으면 원두의 안좋은 쓴맛, 나무맛 등등 좋지 않게 느끼기 쉬운 맛들이 함께 추출됩니다. 보통 17~22%정도에 두고 추출을 하는데 원두의 맛과 종류에 따라 수율을 조절하게 됩니다.
Degrees
물을 처음 투입할 때의 온도입니다. 가장 정확하게 하기 위해선 보나비타같은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시켜주는 드립포트를 사용하는게 좋습니다. 하지만 보통 끓는 물을 일반 드립포트에 넣고 추출을 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온도가 하락합니다. 전통적인 온도는 88~93도 정도인데 약배전 로스팅된(짧은 Development time을 지닌 원두들은 밀도가 높고 단단해서 추출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원두들은 물온도를 더 높여서 추출하는게 맛밸런스를 유지하는데 유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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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추출순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브룬디 뭉카제 스페셜티 약배전 로스팅된 원두를 사용하였습니다. 로스팅 타임, DTR이 굉장히 짧기 때문에 물 투입온도를 평소보다 다소 높였습니다.
Rinsing
린싱입니다. 처음 드립거름종이에 물을 적셔주는 단계입니다. 린싱은 하는 분들도 있고 생략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저는 보통 종이맛을 덜 섞이게 하고, 드리퍼 리브에 거름종이를 보다 밀착시키기 위해 린싱을 하는편입니다.
**Bloom & stirring
**원두의 성분을 보다 수월하게 뽑아내고 불필요한 가스를 미리 제거하기 위해 불림을 합니다. 원두 양의 1.5~2배 가량의 물을 넣고 가볍게 저어줍니다. 저어주는 이유는 아랫쪽 원두가루에까지 물이 충분히 접촉되게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적당히 시간을 기다립니다. 보통 30~40초 정도 두면 되는데 약배전 원두의 경우 좀 더 시간을 길게 가져가기도 합니다.
Extract
추출을 시작합니다. 저울을 사용하시는게 가장 좋고 아니면 드립서버의 눈금으로 맞추셔야 하는데 그 경우 다소 오차가 발생합니다. 물 투입 목표가 300ml이기 때문에 150ml씩 두 번 나누어 투입하겠습니다. 특별히 정해진 건 아니지만 저는 보통 두 번 나누어 물을 투입합니다. 물 넣는 횟수를 줄이거나 늘리면서 총 추출시간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물을 투입하고 나서 난류를 일으킵니다. 난류는 숟가락으로 표면을 살짝 돌리면서 저어주면 물이 하리오 드리퍼의 리브모양때문에 회전하면서 내려가게 됩니다. 이렇게 난류를 일으키는 이유는 추출을 보다 적극적으로 가져가고 원두입자마다 고르게 추출하기 위해서입니다. 좀 더 적극적으로 바닥에 있는 원두까지 뒤집으면서 난류를 일으키면 추출수율이 높아지게 됩니다. 좀 더 진하고 많은 양의 커피맛을 추출하고 싶으면 적극적으로 물과 원두가루를 섞어주고 물이 회전할 때 기다려주면 됩니다. 하지만 잘못하면 과추출되어 안좋은 맛 또한 추출될 수 있습니다.
보통 2분~3분 사이에서 추출을 마칩니다. 단 로스팅/그라인딩/오래된 정도에 따라 좀 더 시간을 짧게도, 길게도 가져갑니다. 요리레시피처럼 추출시간, 원두/물의 양, 물온도 등을 조절하면 일정하게 맛을 낼 수 있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로스팅 정도에 따른 푸어오버 세팅방법에 대해서도 포스팅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