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아재] 시계를 통한 마음수련ing (2018-08-06)

안녕하세요. 커피만드는 아재입니다.

주말을 마무리하며 잠시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일주일간의 장부도 정리하고 잠자리에 들기 전 마지막 활동이 될 것 같네요. 암호화폐 시장의 하락추세가 길어지고 비트코인이 아닌 알트코인 위주로 투자를 진행하였기에 손실의 깊이가 점점 깊어져가는 가운데 무의식적으로 방어기제가 생겨나는 것 같습니다. 매도할 것도 아니면서 주기적으로 시세를 확인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네요.

암호화폐에 첫 투자를 시작한 작년을 회상해보면 손에 잡히지 않은 평가금액만 보면서 만족해하고, 행복회로를 돌리면서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안좋은 일에도 웃어넘길 수 있는 여유가 있었던 것 같은데 하락장이 길어지면서 작은 일에도 생겨나는 짜증과 화를 다스리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최근 제가 성인이 된 이후로 꾸준하게 관심을 가지고 항상 몸에 지니고 다녔던 시계를 보며 깨달음(?)을 얻어 마음을 다스리고 있습니다.

시계에 관심을 가지게 해준 녀석은 세이코 알바웹이라는 시계였습니다. 첫 시계라서 그런지 아직 가격도 기억나네요. 병행 수입으로 부산대의 한 매장에서 34만원을 주고 구입했습니다. 부모님에게 조르고 졸라서 구매했었는지.. 명절에 받은 용돈을 모두 털어 샀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네요. ^^ 둘 중 하나인 것은 확실한데...

위의 세이코 알바웹이라는 시계를 통해 입문하여 다양한 시계를 거치며 지금까지 왔는데요. 내무반 군기가 빡시다는 의경 생활을 할 때에도 이경(이등병)에서 일경(일병)이 되어 전자시계 알람을 통해 선임들을 깨워야하는 의무에서 벗어난 순간 군대용어로 쳐빠져서 외박에서 복귀할 때 전자시계를 벗어두고 크로노 기능이 있는 메탈시계를 차고 복귀했던 기억이 나네요.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선임들에게 구타당하지 않은게 신기하네요.

군대 제대 후 복학한 이후에 과외를 하며 조금씩 돈을 벌어 차곡차곡 모아 처음으로 오토매틱 시계에 발을 담궜습니다. 시계에 관심을 가진 많은 분들이라면 아실텐데요. 오토매틱 입문은 보통 티쏘의 르로끌이나 해밀턴을 통해 하게되는데 저의 경우에 해밀턴 째즈마스터라는 시계가 너무 이뻐서 해밀턴을 통해 오토매틱에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10년전쯤에 병행수입으로 85만원 정도했던 것 같은데 포스팅을 하며 검색해보니 현재는 135만원정도에 판매되고 있네요. 시기적으로 기억나지 않지만 일본의 엔화가 급등하면서 일본에서 생산되는 세이코 시계들의 가격이 한화로 2배가까이 오르면서 스위스 시계 브랜드도 덩달아 시계 가격이 1.5배 이상 올랐던 것으로 기억되네요. 웃긴건 중고시계의 가격도 덩달아 올랐었죠.

해밀턴 째즈마스터 시계에 만족하지 못하고 급을 올리고 싶었지만 중고로 접근하려해도 최소 200만원 이상의 돈이 필요했기에 대학생으로서는 접근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었는데요. 태그호이어 시계도 이뻐보이고 오메가 시계도 이뻐보이고.. 가격은 너무 비싸고.. 그리하여 레플리카(일명 짝퉁) 시계를 접하기도 하였습니다. 레플리카시계도 당시에 개당 수십만원 했었는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걔네들 안사고 저금했다면 정품으로 하나 혹은 두 개의 시계가 제 손목위에 있었을지도 모르겠네요. 레플리카 시계를 살 때에는 누군가에게 중고로 팔 수 없기 때문에 언젠가 버려질 시계라는 마음을 먹고 버리는 돈이라 생각하고 구매했었는데요. 최근에 암호화폐 시장에서 관심을 조금 멀리하기 위해 예전에 찾았던 시계 커뮤니티를 구경하다 레플리카 시계만 중고로 거래가 이루어지는 사이트를 알게되어 보관함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녀석들을 헐값에 모두 처분해버렸습니다.

15년 전 세이코 알바웹을 구매하기 위해 지불했던 34만원 저에게 너무나도 큰 돈이었고 해밀턴 째마 시계를 살까 말까를 수개월 고민하고 수개월 모아 지불했던 85만원도 너무나도 큰 돈이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1,500원짜리 아메리카노를 판매하여 돈을 벌고 있는 입장에서 30만원, 80만원 모두 큰 돈입니다. 20대에 짝퉁으로도 차마 살 수 없다고 느꼈던 로렉스라는 브랜드의 시계를 매장에서 커피만들 때, 설거지할 때 고무장갑 아래 착용하고 있는 지금의 나를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암호화폐 투자 성적표가 너무나도 형편없고 시세하락으로 인한 손실된 금액은 현재 저의 경제수준에서 매우 큰 타격이라 말할 수 있는데요. 차후에 가치가 상승하여 만회하길 바라지만 만약에 내가 선택한 암호화폐의 가치가 0에 수렴하더라도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열심히 생활한다면 10년 후 혹은 15년 후에 '왜 그 정도의 투자실패로 그리 힘들어 했었을까?'라고 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암호화폐 시세를 확인하면서 나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에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고.. 고점에 팔지못한 것을 후회하면서 의미없는 자책을 하기도 했는데.. 그런 생각들을 해봤자 스트레스만 돌아오기에 요새는 생각을 달리하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정신적 상태도 많이 좋아진 것 같습니다. ^^

짧은 시간 할애하여 포스팅하고 누으려고 했는데 너무 오래걸린 것 같아요. 역시 생각을 글로 옮기는 것은 어려운 것 같습니다. 세련된 글솜씨를 뽐내는 많은 스티미언님들이 부럽습니다. 오늘은 여기서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부족한 포스팅을 보기 위해 오늘도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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