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디디엘엘입니다.
오늘은 하루가 어떻게 지났는지...정신을 차려보니 저녁이군요.
그리고 제가 사는 곳에는 가을을 재촉하는 늦여름의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답니다.
여느 때와 같은 아침이었어요.
남편은 출근하고, 둥이와 저는 늘 하던 걸 하고 있었죠.
그 때 어디선가 풍겨오는 익숙한 스멜~
둥이 1호 도담이의 응가를 치워주려고 욕실로 들어갔습니다.
샤워기로 물을 틀어 1차로 닦아내고 비누를 집으려고 돌아선 순간,
뒤에서 들리는 날카로운 울음 소리.
ㅠㅠㅠㅠㅠ
얼른 뒤를 돌아 보니 도담이의 턱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ㅠㅠㅠㅠㅠ
너무 놀라 깨끗한 수건으로 피를 닦아내고 보니 벌어져 있는 상처.
순간 '이건 꿰매야 겠구나' 란 생각이 스쳤습니다.
남편에게 전화해 사고를 알리고 병원갈 채비를 합니다.
어느 병원으로 가야 할까...고민합니다.
저희 동네에는 소아과가 없습니다. 가장 가까운 소아과는 차로 15분 정도 거리에 있어요.
일반 소아과를 갈 것인가, 성형외과에 갈 것인가, 응급실로 갈 것인가.
고민하는 사이 달려온 남편이 '응급실'을 택합니다.
10시.
병원에 도착합니다.
이 곳 병원 소아과와 소아응급실, 응급실 접수처는 이미 익숙합니다.
익숙하지 않은 게 좋은 것인데...
응급실에서 접수를 하니 '외상구역'으로 배정해줍니다.
매번 소아응급실로만 갔었는데, 갑자기 '외상구역'이라고 하니 조금 무섭습니다.
기다림의 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
누군가 보기엔 고작 조금 찢어진 상처겠지만, 제 맘은 타들어갑니다.
임시로 붙여 놓은 밴드가 핏물로 젖어 가는데...점점 그 범위가 커지는데...의사는 언제 오나요.
환자 현황을 알려주는 전광판을 봅니다.
김선o (78세)
이주o (83세)
김현o (58세)
도담이 (2세)
.........
도담이의 이름이 많은 응급 환자들 틈에 끼어 있습니다.
모든 진료 구역의 환자 수를 더해봅니다. 186명.
이렇게나 아픈 사람이 많다니...
그 중 소아응급실 3명에 눈길이 머뭅니다.
소아응급실은 저희 둥이들이 꽤 자주 이용하던 곳인데다 흘끗 보니,
태어난지 한 달이나 됐을까 싶은 아기가 아빠 품에 안겨 축 쳐져 있습니다.
응급실은 보호자 1인만 함께 들어갈 수 있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어 다른 보호자는 밖에서 대기해야 합니다.
아기의 엄마도 저처럼 응급실 문 밖에 서서 하염없이 기다립니다.
누군가 수시로 드나들어 주었음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잠시 열리는 문 너머로 안의 상황을 조금이라도 볼 수 있으니까요.
남편은 응급실에 가면 주로 저를 밖에서 대기하게 합니다.
채혈을 하거나, 엑스레이를 찍거나 정맥을 잡기 위해 바늘을 찌르거나..하는 걸 보면
제가 너무 힘들어 할까봐요.
아까 병원에 오기 전, 남편을 기다리면서도 도담이를 안고 펑펑 울고 있었거든요.
11시.
남편이 업무때문에 통화하느라 잠시 교대하고 있던 사이.. 의사를 만났습니다.
어쩌다 넘어졌는지, 어디에서 넘어졌는지, 그간 예방접종은 잘 해왔는지를 묻습니다.
도담이의 턱뼈를 요리조리 만지며 '여기 아파?'하고 묻습니다.
도담이가 '네'라고 대답합니다.
제가 다시 도담아 안 아파요? 묻습니다. '네'라고 답합니다.
'아직 의사소통이 정확치 않아요'라고 말했습니다.
뼈에 이상이 있을 수도 있으니 엑스레이를 찍어보는 게 좋겠다고 합니다.
응급실에서 담당의에게 봉합을 할지, 성형외과 선생님에게 봉합할 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합니다.
성형외과 선생님께 치료받겠다고 말했습니다.
또 기다립니다.
제가 있겠다고 했으나 남편이 안 된다며 도담이를 받아 안고 등을 떠밉니다.
응급실 문 앞에서 하염없이 서 있습니다.
12시40분.
남편에게 전화가 옵니다.
성형외과 선생님께 꿰매려면 앞으로 5시간을 더 기다려야 한다고 합니다.
그냥 담당의에게 치료받기로 합니다.
수면 마취를 합니다.
봉합을 합니다.
잠을 깨웁니다.
3시 30분.
집으로 가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습니다.
도담이를 안고 엘리베이터를 타러 가는 길, 아까 그 아기의 엄마는 아직도 문 밖에 서 있습니다.
제발 아가야,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렴.
친정에 들러 랄라를 데려옵니다.
할머니랑 종일 재미있게 잘 놀았다고 합니다.
밥도 잘 먹고, 잘 놀고, 은행에도 다녀오고, 미용실에도 다녀왔다고 합니다.
동네 할아버지에게 용돈 만 원도 받았다고 하네요.
기특합니다.
오늘 둥이들도 피곤했는지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도담이 약도 잘 먹었어요.
일주일 뒤 동네 소아과에 가서 실밥을 뽑으면 된다고 합니다.
흉터는...안 생기면 좋지만 생길 확률이 많다고 해요.
속상하고 미안해서 어쩔 줄 모르는 마음이다가
그래도 이 만하길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복잡한 마음입니다.
도담이를 차에 태워 응급실로 달려가며 '내 턱을 대신 꿰매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내가 다신 아팠으면 좋겠다'던 부모님의 심정이 비로소 이해가 됩니다.
오늘은 너무 피곤한데, 몸 뿐 아니라 마음도 피곤했던 하루라 이대로 자면 악몽을 꿀 것 같은 기분에
행복해지는 책을 한 권 읽고 자려고 합니다.
배움1_ 행복의 첫번째 비밀은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 것이다.
배움2_ 행복은 때때로 뜻밖에 찾아온다.
배움3_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행복이 오직 미래에만 있다고 생각한다.
배움4_ 많은 사람들은 더 큰 부자가 되고 더 중요한 사람이 되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배움5_ 행복은 알려지지 않은 아름다운 산속을 걷는 것이다.
배움 6_ 행복을 목표로 여기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배움7_ 행복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이다.
배움8_ 불행은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것이다.
배움9 _ 행복은 자기 가족에게 아무것도 부족한 것이 없음을 아는 것이다.
배움10 _ 행복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배움11_ 행복은 집과 채소밭을 갖는 것이다.
배움12_ 좋지 않은 사람에 의해 통치되는 나라에서는 행복한 삶을 살기가 더욱 어렵다.
배움13_ 행복은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쓸모가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배움14_ 행복이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랑받는 것이다.
주목할 점_ 우리는 웃고 있는 아이에게 더 친절하다.
<꾸뻬 씨의 행복 여행 중에서..>
행복하기 위해 채소밭을 가져야 겠습니다.
그 채소밭에서 소소한 기쁨을 키워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뒷이야기_
도담이는 6바늘을 꿰맸습니다.
수면 마취를 위해 정맥을 찾아 바늘을 찌를 때에도,
엑스레이를 찍을 때에도, 단 한 번도 울지 않고 치료를 마쳤어요.
응급실 선생님들이 정말 대단하다며 칭찬할 땐 웃음을 보이기까지 했다네요.
앗 응급실 출입증을 깜박하고 반납하지 못 했어요ㅜ
지난번에도 그래서 다음 병원갈 때 챙겼었는데
이번에도 그래야 겠습니다
(또 갈 일이 없어야 하겠지만 심장시술이 기다리고 있답니다ㅠ)
씩씩한 도담이의 엄마답게 저도 좀더 씩씩해지려 합니다!
2018년 9월3일 -오늘을 기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