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을 통해 소중히 간직되는 이야기 '서칭포 슈가맨'

사실 이 영화에 대해선 이전에 스팀잇에 장문의 후기를 쓴 적이 있습니다.

나도 모르는 곳에서 내가 슈퍼스타라면 - 영화 <서칭포슈가맨> 리뷰

같은 내용을 리바이벌할 생각은 아닙니다. 새로운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미국의 무명가수 식스토 로드리게즈가 남아공에서 영웅이었던 이 아름다운 스토리는 사실 묻힐 뻔 했습니다. 이 얘기를 우연히 접한 Malik Bendjelloul 에 의해 영화로 탄생하게 되죠.

그래서 우연을 통해 소중히 간직되는 이야기로 님 웨일즈가 쓴 '아리랑'이란 책을 소개할까 합니다. 오래 전에 읽었지만, 제가 아주 좋아하는 책 중의 하나입니다.

님웨일즈는 에드가 스노우의 부인으로도 유명합니다. 에드가 스노우는 마오쩌둥의 대장정을 동행한 드문 서양인이자, 그 취재로 '중국의 붉은별'이란 유명한 책을 썼습니다. 스노우와 웨일즈 모두 기자이자 작가입니다. 당시에 지식인들은 대부분 취재도 하고, 시와 소설도 썼습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조지오웰도 모두 기자이자 소설가였죠. 여튼 님 웨일즈도 필력이 뛰어난 작가였는데요. 그는 만주지역에 살면서 도서관서 비슷한 책을 빌려가는 한 사람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 사람은 '김산'입니다. 본명은 '장지락'이고, 만주에서 항일운동을 하던 사회주의자였습니다.

님 웨일즈는 장지락이란 인물에 호기심을 느꼈습니다. 미국에서도 지식인이었던 자신과 비슷한 지적 취향을 가진 이 사내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던거죠. 그래서 정기적으로 만나, 이 사람을 인터뷰하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장지락의 파란만장한 일생, 사상, 계획 등을 듣게 되죠. 장지락은 자신의 인터뷰를 나중에 출간해달라고 부탁하고, 님 웨일즈도 그 청을 받아들여 장지락 사후인 1941년에 미국에서 '아리랑'을 발간합니다. 장지락은 1938년 불과 서른 세살의 나이에 일제 간첩이란 누명을 받고 처형되죠. 님 웨일즈는 장지락을 "현대의 지성을 소유한 실천적 지성"이라고 격찬합니다.

이 책이 한국에 전해진 과정도 흥미롭습니다. 우연을 통해 소중히 간직되는 이야기의 전형입니다. 합동통신 기자이자 한겨레신문 초대 논설고문이었던 리영희 선생께서 1959년에 미국 출장을 갔다가 귀국 중에 일본의 한 헌책방에서 일본어로 된 이 '아리랑'을 발견합니다. 책을 사와서 자신이 노트에 '아리랑'을 한국어로 번역하고, 그 노트를 수많은 지식인들이 돌려 읽게 됩니다. 그렇게 아리랑은 한국에 알려지고, 또 영향을 주게 되죠.

놀라운 것은 그렇게 20여년간 사람들이 돌려보던 노트가 다시 리영희 선생에게로 돌아옵니다. 보낸 사람은 '토지'의 작가 박경리였습니다. 박경리 선생은 노트를 주인에게 돌려준다며, 잘 읽었다고 감사의 편지를 첨부했습니다. 리영희가 번역한 노트가 박경리 선생에게까지 간다니, 아날로그 시대의 참 아름다운 스토리가 아닐 수 없네요.

슈가맨 영화에서 너무 다른 얘기로 샌 듯 하지만, 이 또한 재밌는 스토리가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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