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na Winner - In love with you
마지막으로 다니던 직장에 들어갈 때 사연이 많았습니다. 지금은 그 회장님, 아니라고 부인하시겠지만 장차 그 회사 해외영업을 전담하며 이끌 후보로 인식이 되었거든요. 내가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다른 이들이 그리 믿었던 사실입니다. ㅋ
난데 없이 영업부 사장님께서 면접을 보겠다 하시네요? 그려... 까짖. 이런 젠장할. 말 같잖은 영문 메일을 하나 내놓더니 그 자리에서 해석을 하랍니다. 의료기기 지식이 전혀 없던 나로썬 당황할 밖에요. 사전도 없이 그러저럭 A4 1장을 아마 20분 정도 만에 가득 채웠나 봅니다.
그리고선 며칠 뒤, 회장님이 부릅니다. '너 실력이 안된다는데?' 헐... 살다 내가 이런 망신을 다 겪다니. 하는 수 없이 공장으로 갔고 이후 아주 짜증 나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회장 측근 중 하나가 그날 사단을 다 말해주었는데 해석상 틀린 부분이 전혀 없었고 외려 의료기기를 취급도 안해본 이가 어찌 이리 해석을 하냐.
흠... 그때부터 본격적인 태클이 들어오더군요. 그 양반, 서울대 영문과 출신이라고 했나. 툭하면 영문 메일을 이리 보내면 회사 망신이다 하고선 회장에게 쪼르륵. 참다 못해 난 더 이상 영문 하지 않겠다 선언했더니 회장이 참으라고 말립니다. 좀 믿기지 않으실 겁니다만.
그리고 같이 떠난 해외 박람회에서 결국 사형 선고를 내리더군요. 회장왈 몇번이고 난 기회를 주었다. 그런데도 고칠 생각이 없구나. 뭔 소린가 했지요. 알고 보니 해외대리점과 부정한 거래가 있었던데다, 눈치를 주며 영업이라도 해서 만회해라고 시그널을 보냈건만 도시 움직일 생각을 않았던 거죠.
그 즈음 그와 정면 충돌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세세하게 이야기하긴 그렇지만 끝에서 난 그 양반에게 몇줄의 글을 보냈는데 아마 마지막에 이리 썼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젠 은퇴할 연세이신데도 현역을 뛰심에 감탄도 하지만 지나친 노욕으로 본인뿐 만 아니라 주변인들까지 다치게 할까 걱정스럽습니다.'
논두렁 시계만큼의 충격이 갔을까요? 그 메일을 들고 사내를 들쑤시더니 반응이 없자 포기하고, 1년 후 참수를 당하시더군요.
노욕, 늙은 이의 욕심, 늙어가며 생기는 욕심. 그 저변엔 아마 더 늦기 전에 뭔가 이루어보겠다는, 딴엔 정의로운 야심이 자리하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미 몸과 마음은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는 커녕 퇴보하고 있는데 어찌 닥쳐올 파도를 다 부서진 노와 돛대로 헤쳐갈 수 있는가?
장강의 뒷 물결이 앞 물결을 덮치듯 세월을 이기는 장사 없습니다. 제 아무리 날고 뛰던 협객도 나이가 차면 숨어 지내야 하듯, 모든 이에겐 손을 놓고 걸어온 길 되돌아 보며 행여 오물이 쌓이지 않았나, 구린내 풍겨 후대에까지 욕 먹을 사건 남기지 않았나, 그렇게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야 때가 마땅히 다가 옵니다.
교수는 왜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나이가 되도록 쌓은 지식을 굳이 현실에 접목해서 맞다고 내세울 이론도, 논문도 변변히 없는 자들이 젊은 후학을 길러야 할 자리에서 분연히 일어나 정의의 사도 행세를 하는 모습을 자주 봅니다. 오피니언 리더 중 하나로써, 지도층으로써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보기엔 철새도 아닌 까마구 떼처럼 여기 저기 우르르 몰려 다니다 수 틀리면 둥지로 되돌아 오고 양이 딱합니다.
한번 떠났으면 가던 길 그대로 가든지, 아니면 이젠 난 틀렷다 자인하고선 후배들에게 물려 주든지. 거참 옵션 한번 징하게 오래 쥐고 사십니다, 그려. ㅉㅉ